쇼트트랙 해묵은 악습 뿌리뽑아야 한다
이정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뛰지 못한 이유가 부상이 아니라 코치진 강압에 의해 경기를 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0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에서 이정수의 개인전 불출전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체육회 감사실은 명확한 사실 규명을 하지는 못했지만 쇼트트랙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5위를 차지한 곽윤기가 이정수.김성일 대신 이 대회 개인전에 출전한 데 대해 이정수와 김성일은 "전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에 의해 불출전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전 코치 본인이 지도한 곽윤기의 메달 획득을 위해 다른 선수를 희생시켰다는 의미였다. 이정수는 "개인전 불출전 강압은 코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연맹 고위층에 대한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전 코치는 "선수들이 자의적으로 불출전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감사실은 지난 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개인코치와 소속 코치와 선수 몇 명이 모여 "함께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자"고 협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쇼트트랙계의 오랜 악습으로 지적해온 '나눠먹기' 관행이 처음 확인돼 심각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문'은 지난달 24일 안현수의 아버지가 아들의 팬카페를 통해 "이정수는 부상 때문이 아니라 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체육회 감사실의 한 관계자는 “이정수의 불출전에 대한 외압이 있었는지 정황과 심증은 있지만 명백한 사실 증거는 없다”며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연맹, 지도자, 선수, 학부모들의 이해관계와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감사실은 결론을 내는 대신 '칼자루'를 빙상연맹과 법적 조치에 넘겼다. 지난해 대표 선발전 비디오 판독. 관계자 조사 등을 통한 모의 여부 규명 및 관련자 처벌 요구했고 세계 선수권 개인전 불출전 외부 강압 여부 조사 및 조사 불가시 연맹 명의의 형사고발 조치 요구(1개월 이내) 등의 처분을 연맹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감사실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감사실 입장에서는 조사에 한계가 있다. 연맹이 형사 고발을 통해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쇼트트랙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불합리한 폐습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큰 상처를 입힌 만큼 철저히 빙상연맹이 조사해 진상규명을 밝혀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