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세상

서민들이 테러리스트로 규정 짓는 나라

dragon180 2009. 7. 4. 00:04

용산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경찰 특공대의 훈련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가 지난 2일 서초구 방배동 경찰훈련장에서 국가 중요시설 등에 테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대테러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 문제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희생된 ‘용산참사’ 당시와 흡사한 건물 점거농성 진압작전을 선보였던 것이다. 건물 옥상에는 ‘생존권 보장’이라고 쓰인 망루가 설치돼 있고 경찰은 가상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기중기로 컨테이너 박스를 끌어올려 특공대를 투입하고 살수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경찰은 “용산참사를 재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철거민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경찰의 대테러종합훈련에 항의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차량에서 내린 유가족을 경찰이 에워싸고 길을 막아 20여분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은 “집회신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이에 유가족들은 “집회가 아니라 기자회견이다”며 “인도를 걸어가는데 왜 집회신고를 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경찰에 둘러싸인 채 서울경찰청 옆 인도에서 진행됐다.

이렇듯 경찰의 막가파식 행동은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다. 힘없는 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진압 훈련을 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시민을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맘 편안히 살 사람이 있겠는지 헛웃음만 나온다.

그러면서 하는 변명은 “아니다”라는 말만 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 훈련은 명백히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보고 훈련을 했다는 것이 명확하다. 뭐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경찰의 행동은 우습다 못해 어이가 없다.

경찰은 분명히 이번 훈련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고 정부의 신속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